칵테일 러브 좀비 中 ‘초대’, ‘습지의 사랑’ 줄거리 해석

칵테일, 러브, 좀비

(글이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책 속의 네 단편 중,

‘초대’, ‘습지의 사랑’ 두 단편의 내용만 다뤘습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오늘 가져온 작품은 <칵테일, 러브, 좀비>입니다. 제목부터 굉장히 독특하죠. 제가 이 책을 가져온 이유도 바로 이 제목에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소 섬뜩하기도 느껴지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마음속 어둡고 축축한 곳에 있는 감정을 소설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책 칵테일 러브 좀비, 한 번 해석해 보겠습니다.


작가 소개

조예은

디스토피아 속 사랑을 꿈꾸는 소설가이십니다.

조예은 작가님이 쓴 소설 속 배경은 주로 디스토피아(억압적이고, 절망적인 가공의 세계)입니다. 다소 음침하고 무서운 분위기 속에 있는 사랑,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 특징입니다.

조예은 작가님은 2016년 단편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데뷔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2023년에 KBS 단막극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합니다.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 <칵테일, 러브, 좀비> 안에는 작가님께서 쓰신 네 개의 단편이 있습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목차 소개

초대

습지의 사랑

(오늘 글은 위 두 단편의 내용입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줄거리 요약

<칵테일 러브 좀비> 속 단편은 모두 약간 기묘합니다.

어떤 뜻을 작가님께서 이 책을 썼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제 나름대로 해석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해석은 괄호 안에, 파란 글자로 표시했습니다.)

1. 초대

1) 보이지 않는 가시

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모두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느껴진다. 하얗고 긴 가시. 그것은 기도로 넘어가기 직전의 통로에 단단히 박혀 있다.

채원은 어릴 적, 물횟집을 하는 이모의 가게에서 하는 가족 식사에 참여합니다. 이모는 자연스레 생선을 죽입니다. 생선 목에 칼을 박아놓고, 그 후에도 펄떡거리는 생선을 보고 채원이 기겁하면 호쾌하게 웃으며 이런 게 싱싱한 거라고 말합니다.

(생선이라는 살아있는 존재에, 칼을 박아놓는 행위는 일종의 억압을 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채원은 좀 전까지 살아 펄떡이던 회를 입으로 가져가기엔 비위가 약했습니다. 채원은 콘치즈와 소시지 정도만 깨작거리는데, 어른들은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이 귀한 걸 왜 먹지 않냐고 채원을 타박하고, 채원은 어쩔 수 없이 회의 힌 살점을 입안에 넣습니다.

채원은 회 살점을 억지로 씹어 넘깁니다. 질기기만 한 살점 사이, 오도독하고 딱딱한 것이 씹혔지만 ‘삼켜야 해’라는 엄마의 강요에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삼킵니다. 어른들은 채원에게 회도 먹을 줄 안다고, 장하다며 웃어줍니다. 그러나 채원의 목에는 생선가시 같은 뭔가 걸린 이물감이 남습니다.

(다른 사람이 ‘좋은 걸 준다’라는 빌미로, 강요한 것에 대한 불쾌감이 남습니다.)

목에 뭔가 걸렸다며 밤새 기침을 하는 채원을 보고, 엄마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지만 입안을 벌려도, 엑스레이를 찍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요와 억압은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폭력을 당했다고 발버둥 쳐도(=마치 목에 칼을 넣어도 팔딱거리는 회처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2) 계속되는 이물감

그 후 채원은 목에 칼이 박혀도 저항하지 못하는 물고기처럼, 자신의 이물감을 밝히지 않고 삽니다. 그녀는 정현이라는 남자친구를 만납니다. 정현은 채원의 다리가 짧고, 비율이 좋지 않다며, 몸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스타일을 바꾸라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조언해 주는 거야.”

“넌 ~가 나아.”

“오늘 입은 옷은 예쁘네.

저번에 입은 옷은 별로였어.”

채원은 정현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의 말에 맞추어 삽니다.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현의 말을 들으며 목의 이물감에 시달립니다. (억압을 당해 불편해합니다.)


3) 의문의 여자

채원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습니다. 그녀는 공방에서 원 데이 클래스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어느 날 하얀 얼굴의 여자가 그녀의 클래스에 찾아옵니다. 그날은 반지 만들기 클래스를 하는 날이었고, 보통은 연인들이 이 클래스를 신청하는데, 특이하게도 그 여자는 홀로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채원은 클래스가 끝난 후, 작업실을 정리하는데 거기에 ‘이태주’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홀로 수업을 들었던 여자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이 뭔가 익숙했습니다. 최근 채원의 남자친구, 정현에게 [나야 잘 지내지. 그런데 네 여자친구 말이야. – 태주]라는 이름으로 문자를 보낸 사람과 이름이 같았습니다. 채원은 혹시 이 채원이라는 여자가 정현과 바람을 피우지 않는지 의심합니다.

채원은 정현에게 ‘태주가 누구야?‘라고 묻습니다. 정현은 그녀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이번 주말 동창회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말을 합니다. (정현은 주말에 동창회가 있다는 말을 채원에게 한 적이 없었고, 채원은 정현의 말이 뻔한 핑계임을 알았습니다.)


4) 태주의 정체는?

채원은 정현과 크게 다툽니다. 그날, 채원은 원 데이 클래스 참가자 목록에서 태주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겁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기묘한 일이었습니다. 공방 클래스 신청에 가짜 번호를 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채원은 인터넷에 접속해 태주의 전화번호를 검색엔진에 적어봤습니다. 경기도 소재 리조트의 홍보 블로그 글이 검색되었고, 3개월 전의 글이 마지막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여름엔 호수가 보이는 리버뷰 리조트로 오세요.

숙박 문의 이태주 실장 XXX-XXXX-XXXX]

채원은 리버뷰 리조트를 지도 앱에서 검색해 봅니다. 그리고, 선명한 붉은 글자로 ‘폐업’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5) 초대장

다음 날, 채원은 공방으로 출근하는데 기묘한 전단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정신없는 레이아웃으로 조악하게 만들어진 이 리버뷰 리조트의 홍보 전단지는, 아래에 큼지막하게 [예약 문의 이태주 실장: XXX-XXXX-XXXX]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채원은 이상한 생각에 다시 어제 들어갔던 그 블로그에 들어가 보려 하지만, 이미 그 블로그 사이트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채원은, 리버뷰 리조트 전단지 상단에 “호수가 보이는 리버뷰 리조트로 오세요.”라고 적힌 문구를 보고 이게 일종의 초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6) 선택의 시간

채원은 차를 몰고, 리버뷰 리조트로 향합니다. 어둑한 밤에 그녀는 리조트에 도착합니다. 어둠 속 리조트 4층 객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입니다. 그 객실에서, 태주가 나옵니다. 태주는 채원에게 마치 이리로 오라는 듯한 눈빛을 하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채원이 객실 앞에 도착하자, 태주가 그녀를 마중 나옵니다. 그런데 태주의 손이 빨간 물감에 담갔다 나온 것처럼 새빨갛습니다. 태주는 채원에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며, 그녀를 방 안으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방 안에는 목에 잘린 시체가 있었고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의자에 묶여 있는 정현이 있었습니다. 정현은 채원에게 자신을 살려달라며 간절하게 외칩니다.

태주는 채원에게 회칼을 내밀며 “선택의 시간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정현을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즉 자신을 억압하는 존재를 없앨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채원은 미간을 구기며 계속 고개를 젓습니다. 갑자기 목에 통증이 치달았고, 평소보다 유독 심한 기침이 연달아 튀어나왔습니다. 목을 붙잡고 쓰러진 채원을, 태주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채원의 턱을 움켜쥡니다. 태주는 채원의 입안에 두 손가락을 넣습니다.

이윽고 알싸한 통증과 함께 채원의 입에서 뭔가 튀어나옵니다.

그건, 가시였다. 하얗고 하얀 가시. 정말로 그것이 존재했던 것이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안에서 튀어나온 그것을 주워 들었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 한, 아주 얇고 뾰족한 가시였다. 허옇게 빛나는 물체를 들고 누런 조명에 이리저리 비춰 보았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태주의 말)

(채원은 자신이 억압받는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채원에게 태주는 가시를 보여주며, 사실 억압으로 인한 불편함은 실재했고, 이를 참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채원은 그 순간 기이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녀는 회칼을 쥐고 정현을 죽입니다.

그리고 채원은, 더 이상 이물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2. 습지의 사랑

1) 지루한 물

물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걸 떠올리기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 와서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물에 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 그러니까 물귀신이 있었습니다. 그가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하천에 빠져서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은 죽은 하천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물은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둥둥 뜬 채로 하루를 보냅니다. 때로 사람들이 하천 근처에 찾아오면 이들의 발목을 끌어내리는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하천에 몹쓸 것이 산다는 소문이 돌았고, 사람이 찾아오지 않게 됩니다.


2) 새 친구 ‘숲’

지루한 날을 이어가던 중 물은 ‘숲’을 만납니다. 낡아 해진 교복을 입은 작은 체구의 숲은 물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숲은 물처럼 이미 죽은 원혼입니다. 아마 숲은 숲에서 죽은 아이일 것입니다.)

숲은 종종 물에게 찾아와 인사를 합니다. 언제 그가 올지 모르는 물은 하루 종일 숲만을 기다립니다.

물은 숲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천이 범람한 날, 숲을 보러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물은 소나무 숲의 산책로 표지판에 붙은 종이를 발견합니다.

[이 영 / 1990년 8월 20일생 / 실종 당시 ○○고 교복에 노란 명찰.]

노란 실종 전단지가 붙어 있었고, 거기에는 숲의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실종 전단지 앞에서 물은 숲을 마주칩니다. 숲은 매일 자신을 잊지 않으려고 이 전단지를 모러 온다고 합니다.

숲, 아니 이영은 물에게 그의 이름을 물어봅니다.

물은 숲에게 자신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지만, 죽기 전의 자신에 관해서는 기억나는 게 없어 슬펐습니다.

그러자 숲은,

없으면 다시 만들면 돼.

네가 누구인지 이름을 정하는 거야 .

라고 말합니다. 숲은 물의 이름을 ‘여울’이라고 지어줍니다. 둘은 다음에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기로 약속합니다.


3) 공사

물은 이제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숲의 이름과,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에 대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 즈음 숲에 낯선 이들이 찾아옵니다.

각이 잡힌 종이 뭉치를 들고 온 낯선 이들은 숲과 하천을 없애고 골프장을 세우겠다고 말합니다. 그 후로 낯선 사람들은 계속 왔고, 기계로 소나무들을 하나 둘 자르기 시작합니다. 숲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물은 순간 화가 납니다.

불길하다며 버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 난리를 피우는 게 아니꼬웠다.

인간들이 원망스러웠다.

이영이 사라진 것도 꼭 그들의 짓 같았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어두컴컴하고 불안정한 감정이었다.

물은 남자가 하천 근처에 왔을 때, 그를 끌어내려 죽여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계속됩니다.

(사람이 죽어도,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시설물만을 세우는 행위가 마치 ‘물’과 ‘숲’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도록 땅에 남아 있는 무언가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득에만 휘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듯합니다.)


4) 나타난 이영

공사가 시작된 후, 이영은 물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물은 매일같이 이영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하늘에 먹구름이 빼곡했던 어느 날, 누군가 외칩니다.

“여기, 시, 시체가! 시체가 있어요!”

나무판자 밑 흙 사이에서 흰 백골이 나타났습니다. 이영의 시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체를 보러 이영이 사람들 곁으로 나왔습니다. 물은 이영을 보고 미소 짓습니다.


5) 산사태

그날 숲에는 어마어마한 폭우가 내렸습니다. 하천은 빠른 속도로 불어났고, 순식간에 불어난 물은 괴물처럼 주위를 삼켜 갔습니다. 산사태가 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산사태를 막기 위해 곳곳에서 흙과 바위를 구해 하천을 막았습니다. 하천이 메워지며, 물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습니다. 이영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물을 불렀습니다.

여울. 널 만나러 왔어.

이영이 여울(물)을 향해 손을 뻗어 왔고, 둘은 서로를 껴안습니다. (산사태가 계속 심해져 나무와 하천이 뒤섞였기 때문입니다.) 뒤집히고 뒤집힌 세상에서 그들은 서로 몸을 붙였습니다. 이제 세상이 어떻게 되는 말든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한줄 서퍙

기묘하지만 매력 있는 이야기

<칵테일 러브 좀비>의 ‘초대‘에서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채원이 나옵니다. 이는 채원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채원은 그마저 자연스럽게 여기고, 가스라이팅을 ‘나를 위한 사랑’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녀는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3의 인물인 태주가 등장해, 채원의 목 속에서 가시를 뽑는 행위로, 폭력은 실재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습지의 사랑’에서는 물귀신인 여울과 숲 귀신인 이영이 등장합니다. 아무도 그들을 알아주지 않지만, 그들은 서로 이름을 부르며 존재를 확인합니다.

‘습지의 사랑’에서 사람들은 습지에 공사를 합니다. 사람이 죽어도 그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단순히 그들의 목적만을 이루려고 합니다. 이 상황이 몹시 기묘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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