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오늘 가져온 책은 김창완 선생님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입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모두들 한 번쯤 ‘김창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점잖은 듯하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의 가수이자,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DJ이시죠.
너무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니신 김창완 선생님의 에세이라니! 내용이 궁금해져서 이번에 소개할 책으로 들고 왔습니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 작가 소개
김창완

대한민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입니다. 김창완 작가님께서는 록밴드 ‘산울림’의 리더로, 보컬과 리더를 맡으셨습니다. 산울림 밴드의 실험적인 가사와 사운드, 독특한 발성법 등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음악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라디오 DJ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2000년부터는 SBS 파워 FM에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아침창) 20년 넘게 이 방송을 진행하신 선생님께서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자들에게 답한 편지와 직접 쓴 오프닝을 엮어 책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출간하십니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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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2장. 준비된 어른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
3장.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4장. 미워했던 나를 용서하는 일
5장. 이별을 계획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서
책 속의 한줄
1.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어느 날 라디오에 직장 생활 스트레스로 살이 빠졌다는 사연이 왔습니다. 뼈가 드러나게 살이 빠졌다니 제가 다 안쓰러운 기분이 듭니다. 근데 너무 예민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완벽주의거나요.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좀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제가 지금부터 동그라미를 여백이 되는 대로 그려보겠습니다.마흔일곱 개를 그렸군요. 이 가운데 v 표시한 두 개의 동그라미만 그럴듯합니다. 회사 생활이란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
어느 날 김창완 선생님께서 진행하신 라디오에 직장 생활 스트레스로 살이 빠졌다는 사연이 왔습니다. 김창완 선생님께서는 그 편지 사연을 본 후 종이 여백에 47개의 작은 원을 그리십니다.
그중 그럴듯한 동그라미처럼 보이는 원은 2개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찌그러진 모양이었지요. 김창완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일상도 이와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매일매일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리며 살 수 있을까요? 어쩌면 완벽한 하루보다는 어딘가 조금 어설픈 하루를, 어떻게든 마무리하면서 살아갈 때가 많지요.
그렇지만 찌그러졌다고 하더라도, 모두 동그라미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하루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오늘도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입니다.
2. 어제가 깔끔하게 떠나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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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가끔 밤에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어요. 잠을 푹 못 자고 난 아침은 뭐랄까? 새날을 받은 게 아니라 뭔가 어제의 일이 남은 것 같지요. 가야 할 날이 떠나질 않고 빚쟁이처럼 아침까지 눌어붙어 있는 기분입니다. 그러고 생각하니 어제가 깔끔하게 떠나준다는 거, 미련 없이 과거라는 창고에 들어가준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구나 싶네요. 애들 때는 곯아떨어지면 바로 다음 날이잖아요.물론 지난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그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분도 없지 않겠지만, 속절없이 흘러가준다는 것도 뭔가 큰 뜻이 있는 걸 겁니다. 어제가 떠나가주니 오늘이 있고, 그래서 또 미래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거지요. |

아무리 힘든 순간이 있어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잊힙니다. 아무리 기쁜 순간이 있어도 역시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우리 모두는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어제의 하루와 동일한 하루는, 다시는 내 인생에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은 계속 흐른다는 당연한 사실이 어떨 때는 슬프게도 느껴지지만, 속절없이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것이 그저 좋기도 합니다.
어제가 떠나가니 오늘이 있는 법이고, 오늘이 가니 내일이 오는 법이니까요.
3. 지루함을 거치지 않고 도달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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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나 하면 꾸준히 하는 사람도 있고, 금세 싫증을 내서 다른 걸 찾는 사람도 있잖아요. 오죽하면 공부도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했겠어요. 일단은 진득하게 앉아 있는 게 습관이 돼야 공부고 뭐고 한다는 얘깁니다. 저도 어렸을 때 끈기라고는 진짜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뭔가를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근데 크면서 그게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걸 느꼈습니다. 지루한 뭔가를 지나지 않고서 할 수 있는 것,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없더군요. |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어느 순간 슬럼프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저도 꽤 자주 그랬던 것 같아요. 무언가에 열중하다가도, 질리면 금세 떠나버렸죠. 그 후 ‘내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핑계를 대면서 언제나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즐거운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정말로, 지루한 뭔가를 지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없는 듯합니다. 끈기 있게 버틴 후 얻는 열매는 달콤할 것이고, 항상 즐겁지만은 않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성취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4. 나를 편히 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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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이 없는 것과 심심하거나 외로운 것은 다른데, 일이 없는 것 자체를 곧 ‘나는 혼자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주말이면 더 뭔가 할 것을 찾거나 미뤄두었던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냥 나를 편히 쉬게 놔두세요. 가끔은 무료하거나 심심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여가가 생기면 분위기 있게 차를 좀 마셔보자 하고 포트하고 다기를 방에 갖다 놓고 때마다 한번 차를 우려 마셔봤어요. 그게 내 시간을 뭔가로 채워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근데요. 그것도 다 헛일이에요. 그릇 씻고 뭐 하고…. 혹시 빈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은 비워두기 저는 강추합니다. 제발 가만히 좀 계세요. |

요즘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인 듯합니다. 일상을 보낼 때는 일로 하루를 다 채워 넣어야 하고, 쉴 때도 ‘생산성 있는 휴식’을 하면서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자연스럽게 생기고는 합니다.
그러나 쉴 때도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면,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쉬기도 한 시간, 혹은 혼자 있는 시간에는 나에게 ‘정말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죄책감을 갖지 않는‘ 하루를 선물하세요.
가끔은 무료하거나 심심해도 괜찮습니다.
5. 자신의 외연이 타인입니다.

| Q. 타인이 나를 지배해요.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A. 나와 타인을 너무 구분 짓지 마세요. 자신의 외연이 타인입니다. 오른쪽의 당신을 그리기 위해 나는 너무 많은 타인을 채웠습니다. |
우리는 ‘나 자신’만을 보면서도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지만, 타인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라고 느끼면서 자신을 알아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외연이 타인입니다. 타인을 통해서도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자/타를 획일적으로 구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통해 ‘나는 ~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방식으로만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뭐든 적당한 것이 좋은 듯합니다.
한 줄 서평
일상 속의 지혜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읽으며 김창완 선생님의 일상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사람은, 매일 살아가면서 어떠한 생각을 할까요?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에 누구보다 재치 있고 따뜻한 위로를 주신 김창완 선생님의 말에 감동을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