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SF게임 도서리뷰
오늘 가져온 책은 <아무튼, SF게임>입니다. 이웃님의 소개로 알게 된 책인데 인기가 너무 많아… 도서관에서 이제서야 빌려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SF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들 김초엽 작가님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은.. 글자 그대로 대단합니다. 디스토피아 같은 미래 세계관에서 살아나가는 씩씩한 여주인공, 그리고 그녀가 밝혀나가는 세계의 비밀을 엿보고 있자면 저까지 그 SF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아껴 가며 책을 완독하게 됩니다.
김초엽 작가님은 어떻게 SF 세계를 구상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SF게임>이라는 책을 보며, 그녀의 글 비결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김초엽 프로필
# 김초엽 프로필
1993년 2월 출생. 대한민국의 소설가입니다.
‘김초엽’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본명입니다. 풀 초(草)에 잎 엽(葉)으로 구성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풀잎은 바람에 쉬이 흔들리지만, 잘 뽑히지도 않고 부러지지도 않죠. 마치 여려 보여도, 강인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는 그녀 같습니다.
부모님은 둘 다 예술가로 아버지는 음악가, 어머니는 작가입니다. 그녀는 어릴 적 책을 많이 탐독했는데, 특히 화학 책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 김초엽 학력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포항공대에 합격한 바람에 서울 소재 대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어 약간 실망했다고 합니다.)
포항공대 입학은 그녀에게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교지편집위원회 활동, 과학철학 공부 모임 등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초엽 작가님은 학교의 시/소설 창작 수업에 참여하고, 교내 SF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소설 작가의 꿈을 키워가셨다고 합니다.
#김초엽 청각
김초엽 작가님은 10대 후반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를 앓게 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은 역경 극복의 주인공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김초엽 특징
아무튼, SF게임 도서 목차
*오래전 이미 이곳에 와본 것 같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부활
*세계를 경험하는 것
*이 모든 것은 거짓말, 그래도 이 세계는 선명하게 아름답고
*선택하기를 선택하기
*중독의 재발견
*전쟁 게임을 즐기는 평화주의자
*도마뱀 외계인을 사랑해도 될까요
*컴플리트를 포기하며
인상 깊은 책속의 한 줄
1. 오래전 이미 이곳에 와본 것 같다.
김초엽 작가님은 1999년, 7살의 나이에 처음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우체국에서 ‘국민 컴퓨터 적금’을 들어 사 온 컴퓨터였습니다.
처음 컴퓨터를 켜던 날, 김초엽 작가님은 이상한 긴장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낯선 세계로 진입할 때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묘하게 섞여 있는 감정이었습니다. 김초엽 작가님은 컴퓨터에 빠져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에 빠져 지냈습니다. 온갖 어드벤처 게임을 섭렵하고, 마트에서 파는 패키지 게임 CD를 하나씩 사 모았습니다.
입시 준비, 대학 입학을 거치며 한동안 작가님은 게임에서 멀어졌습니다. 작가님은 이제 게임을 ‘졸업’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완전히 오산이었습니다.
당시 대학 동기들 사이 휴학이 유행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유행에 편승하는 마음 반, 대학원에 가고 취직을 하면 당분간은 길게 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대학교 3학년 때 한 학기 휴학계를 냈습니다. 원래는 공모전에 응모하고, 글을 적어볼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뜻하지 않게 <보더랜드>라는 게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니, 뭐 이렇게 재밌는 게 있지?
정신을 차려보니, 김초엽 작가님은 한 학기의 휴학 기간 전부를 게임을 하느라 날려버린 후였습니다.
2.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부활
– 게임의 매력 1) 게임 메커니즘
비디오게임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이상하지만, 게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것을 게임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의 부상과 회복 개념이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는 잘 죽지 않는다.
김초엽 작가님이 게임을 하면서 매력을 느꼈던 것 중 하나는 ‘게임 메커니즘’이었습니다. 부상을 당해도, 좀비에게 물어뜯기고, 적에게 총탄 몇 발을 맞아도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 캐릭터는, 작가님께 퍽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도 빠른 순간 이동, 기억을 잃은 주인공(대체로 모험 게임의 설정입니다.) 등의 현실성 없는 소재들이 많지만, 이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사지 않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에게는 그게 필요하니까요. 오히려 현실적으로, 순간 이동 없이 걸어서만 모든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등의 게임이 있으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라며 욕을 먹기 마련입니다.
작가님은 SF게임 특유의 세계관을 좋아하십니다. 비현실을 현실로 믿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 설정 하나하나를 좋아하십니다.
작가님은 게임을 즐겼던 그 마음을 담아, SF 소설의 설정을 구상하십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사소한 설명, 사소한 거짓말에 조금은 혹해주기를 하는 마음으로요.
그 꿈은 종료 버튼을 누르면 깜빡하고 흩어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겹 세계 위에 있다.
3. 선택하기를 선택하기
– 게임의 매력 2) 시뮬레이션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름다운 여성 캐릭터 / 혹은 남성 캐릭터의 마음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고, 선택지를 골라 나가며 공략하는 게임인데요.
김초엽 작가님은, 이러한 게임의 ‘선택’이라는 특성도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김초엽 작가님이 미연시 게임을 했다는 건 아닙니다..ㅎㅎ 그냥 제가 들은 예시입니다.) 한 선택지가 뒤의 퀘스트에 영향을 주는, ‘선택과 결과’라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선택 시뮬레이션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정말 그런가?
다른 학교에 갔으면 난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때 나의 결정이 내 삶을 바꿀 만큼 유의미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고작 그 정도 결정에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 사이에서 흔들린다. 모든 것이 정해진 결정론적 세계가 나을까, 아니면 나의 선택에 의해 마구 요동치는 세계가 나을까?
둘 다 묘하게 매력적인 구석이 있지만, 아마도 후자가 좀 더 인기 있을 것 같다. 게임에서 이 ‘선택과 결과’가 늘 중요한 테마로 다뤄지는 걸 보면 말이다.
작가님은 그녀 자신이 포항공대에 입학하기로 결정한 날을 회상하십니다. 수능이 끝나고,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작가님은 기뻤습니다. 그때 휴대폰에 054로 시작하는 번호의 전화가 왔습니다. 갈 생각이 없었지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생각 없이 원서를 넣었다가 면접을 망친 학교의 전화였습니다.(포항공대입니다.)
이곳은 등록금도, 생활비도 아낄 수 있고, 부모님도 좋아하는 대학교였지만, 김초엽 작가님은 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데 묘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티가 얼마나 났던지, 추가 합격을 알려주던 직원이 농담처럼 “축하해요. 그런데 학생은 별로 안 기뻐하는 것 같네요?” 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작가님은 포항공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꽤나 슬픈 선택이라고 여겼는데, 지나고 보니 나름대로 괜찮았던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 느낀 문화적 결핍으로 인해 계속 소설을 쓸 동력을 얻게 되었으며, 학교에서도 이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면?
만약…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김초엽 작가님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선택의 결과를 보는 것’을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합니다. 게임은 ‘세이브 앤 로드’를 통해 선택을 돌이킬 수도 있는 매체입니다. 게임은 거의 유일하게 향유자의 결정이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매체입니다.
그러나 이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가 항상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캐릭터 구현, 멀티 엔딩, 어떤 것을 구현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게임들은 우회로를 씁니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이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루트로 흘러가게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게임의 결과에 실망하고는 합니다. 자유로운 듯하지만 결정론적 세계와 비슷한 결말에 염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작가님 역시 게임이 결국 정해진 루트대로 흐르게 되는 걸 기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디스코 엘라시움>이라는 게임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게임 후기를 찾아봤는데 신기한 사실을 깨달으셨습니다.
이 사람이 플레이한 건
내가 플레이한 것과 되게 다르네.
김초엽 작가님은 다른 목소리, 다른 인격, 다른 생각으로 구성된 게임 캐릭터를 보며 같은 흐름을 겪는데도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시작과 결말이 정해져 있어도, 선택이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경험하는 내가 그것을 느끼고 사고하는 방식이 달라질 때, 이야기는 다시 쓰인다. 그것은 모두 다른 이야기가 된다. |
작가님은 깨달으셨습니다. 결말만이 이야기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4. 중독의 재발견
– 게임의 매력 3) 중독성
북토크 중, 작가님께 이렇게 말하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애가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인데요. 작가님도 게임을 좋아하신다니, 안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리지만, 작가님은 ‘게임 폐인’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당신도 중독 사례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학생 시절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고, 컴퓨터 성능이 좋지 못해 심한 중독에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중독성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싶다. 계속하고 싶은 게임을 할 때 나는 매우 단순해진다. 수많은 생각들, 나를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중독.. 쉬이 말할 문제는 아니지만, 작가님은 중독될 듯이 게임에 몰입했던 순간이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십니다. 어지러운 생각에서 벗어나 게임에만 몰입했던 순간들, 심지어 게임 속의 목표마저 잊어버렸던 순간이 지나면 정신의 먼지를 팡팡 털어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게임에서도 이런 중독적인 몰입을 느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취향에 적중하는 게임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십니다.
작가님은 이왕 ‘몰입할 만한 좋은 게임’을 찾았으면 그 순간을 열심히 즐겨보라고 하십니다. 그 기쁨의 시간은 짧을 것이고, 그런 기쁨이 흔하게 찾아오지는 않으니까요.
5. 게임처럼 사는 삶
– 게임의 매력 4) 가벼운 실패
김초엽 작가님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십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오랫동안 취미가 없으셨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짓눌려 취미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은?
작가님은 경쟁이 만연한 게임보다는, 끝을 안 봐도 만족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들을 즐기십니다.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게임하기보다는 재밌게 즐겼다는 경험이 쌓이는 게임을 하십니다.
이상하게도 ‘잘하기를 그만둔’ 이 세계 안에서
나는 현실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현실보다 더 과감해지고 더 멀리 간다.
김초엽 작가님은 어느 날, 원고를 다 쓰고 그동안 읽었던 게임에 관한 책들을 정리하다가 책 속에서 메모 하나를 발견하셨습니다. 거기에는 작가님의 글씨로
삶을 게임처럼 살 수 있을까?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삶을 게임처럼 살 수는 없다.
게임은 실패를 용납하고, 때로는 용납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실패에 훨씬 가혹하고, 한번 떨어지면 끝이다.
게임에서 실패해도 되는 건 리플레이가 있고, 실패와 미숙함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현실의 실패와 미숙함에 대해서는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없다. 그래도 만약, 정말 쉽지는 않겠지만… 그 믿음을 아주 조금 빌려온다면, 무언가 달라질까.
게임 <보더랜드> 시리즈에는 ‘최후의 저항’이라는 특이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체력이 0이 되어도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캐릭터는 화면 속에서 버둥거리며, 거의 다 쓰러진 상태로 죽어가면서 마지막 한 발을 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로 적을 조준하는 데 성공한다면 두 번째 기회가 옵니다.
‘세컨드 윈드’라고 불리는 이 기회에서, 캐릭터는 여전히 엉망진창이고, 체력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만큼만 회복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죽지 않았고 다음 기회가 있습니다.
작가님은, 초라할 때, 미숙해서 괴로울 때, 인생을 게임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좋아, 지금이 세컨드 윈드야.
그 몸부림은 게임의 끝에 도달하기에는 역부족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인생을 게임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다른 풍경을 보고 싶다는 갈망. 그 갈망으로 다시 도전하십니다.
아무튼, SF게임 한줄 서평
책을 덮고 나면 그 세계는 사라진다
게임을 종료해도 그 세계는 사라진다
그러나 아름다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김초엽 작가님이 좋아하는 SF 게임은, 그녀의 작품과 비슷한 듯합니다. 우리는 김초엽 작가님의 책을 보며 그녀의 세계에 흠뻑 빠집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현실에 돌아오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지만, 새로운 세계에 초대당한 순간 행복했다면 이는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이 허망하듯이, 게임 속의, 책 속의 행복도 짧고 허망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세계를 사랑합니다.
아무튼, SF게임 도서 이런분들에게 추천!
김초엽 작가님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SF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지난번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도서 리뷰도 같이 확인 해보세요! 추천하는 책 입니다!
